* 볼드 처리는 임의로 한 것
안노: 「Ζ 건담」의 기획은 방송 전 해인 84년 2월경부터 시작되었는데요, 그때는 「성전사 단바인」의 최종회 직전이었습니다. 3월에 시작하는 「중전기 엘가임」 제1화 직전이죠. 일반 TV 애니메이션보다 상당히 이른 단계부터 준비가 시작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토미노: 「엘가임」끝나고 바로 「Z」였던가? 「엘가임」 때는 프로그램 소개 특집이 있었지만, 「Z」 때는 없었지. 텀이 1주일도 안 됐어. 용케 해냈네, 말도 안 돼. 나이를 먹어서요, 지금은 체력도 기력도 없어져서 1년이나 전부터는 상상도 못 해.
그 이야기에서 중요한 게 하나 있는데. 메모가 시작되기 반년쯤 전, 「단바인」방송 중간쯤(83년 가을쯤)에 「건담」은 비즈니스적으로는 재개될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어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한 건 아니지만, 「신 건담」의 기획에 제멋대로 착수했지요. 「전투 메카 자붕글」,「단바인」을 이어서 2년간 작업했어요. 당시 주변 상황을 생각해보면, 「건담」이 다시 부상할 거고. 비즈니스적으로 계속될 거라고. 로봇물 두 편을 해보니 감이 왔어요. 「엘가임」이라는 건 「건담」을 하기 전의 절반은 희생양이었지만(웃음). 기본적으로 새로운 걸 하고 싶은 사람이라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엘가임」 시나리오가 몇 편 올라온 단계에서, 제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과한 세계관을 만들어 버린 것 같다는 걸 깨닫고, 역시 「건담」으로 가야만 하겠구나, 하고.
84년 2월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어. 메모에 카미유 비단이라는 이름이 나온 건 6월쯤이었나. 그 시점에선 이미 진지한 자세로 하고 있었지. 다음 해의 차기 기획은 보통 6, 7월쯤 나오는 거야. 그때까지 기획을 마무리하자고, 봄이 끝날 무렵부터 주인공 이름을 찾기 시작했는데, 조각가 로댕의 제자 카미유 클로델의 이름에 이르렀어. 그 사람의 경력을 알게 된 시점에서, 카미유를 남자 이름으로 쓰기로 결정했어요. 사실 카미유 클로델의 캐릭터를 전부 카미유 비단에 실었어요. 그게 「Ζ 건담」이라는 작품에겐 반은 불행한 일이었지만, 「엘가임」에서 붕 떠 버린 기분을 내 안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카미유 같은 캐릭터가 아니면 할 수 없었어요.
안노: 카미유 클로델은, 그 후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그때는 아무도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었잖아요. 반생을 정신병원에서 보낸 여성이고. 카미유도 최종회에서 정신이 망가져 버렸지만, 그것도 클로델의 영향을 받아서인가요?
토미노: 물론이죠. 그때는 「엘가임」의 반동으로 본능적으로 클로델 같은 사람을 모델로 삼았지만, 지금이라면 잘 설명할 수 있어요. 카미유 클로델에게 있어서 스승 로댕의 위치가 카미유 비단에게 있어서의 Z건담이라는 거죠. 그 구조가 저에게는 가장 단순하게 이해됩니다. 클로델과 로댕의 관계는 애인 관계이면서도, 사실 로댕 작품의 절반 정도를 그녀가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거죠. 하지만 세상에서는 클로델의 작품도 로댕이 만든 것으로 여겨져, 실의 속에서 그녀는 정신이 망가진다. 반대로 로댕이라는 사람은 그 덕분에 미술사에 남게 된 셈이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생각해보면, 로댕이 혼자서 성립해 나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클로델 같은 사람도 있었을 거 아니냐. 마찬가지로 건담만으로 건담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요컨대 '표현되는 자와 표현하는 자의 관계'를, 클로델과 로댕의 관계는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샘플이었던 거다. 그래서 카미유에게 반해버린 거지.
안노: 당시 담화에서 “나에게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모두 카미유처럼 보인다” 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토미노: 그렇게 느끼고 있었어. 로댕 시대였다면 우울증에 걸려서, 그게 심해져서 병원에 갇혀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 시대는 어느 부분에서는 그게 시대상(風俗)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잖아. 가치관이나 생활 양식이 변했기 때문에, 예전에는 이단시되던 것들이, 도쿄라는 상황 속에서는 시대상이 되어버린 부분이 눈에 띄어.
엄청나게 이해하기 어려운 예시라서 죄송하지만, 예를 들어 편의점 주먹밥, 제가 보기에는 주먹밥 맛이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그게 맛있다고 하더군요……. 미각이라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감각조차, 30년 전과 지금은 전혀 달라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평범한 감각까지 스며들고 있어요.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Ζ」를 만들고 있을 때 느낀 건, 카미유 같은 소년이 많아졌고, 아저씨들에게는 그 현상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다는 거죠. 하지만, 이건 제 안에서 과거가 된 작품이라서 말할 수 있는 건데, 시대상에 따라 변하는 건, 긴 안목으로 보면 별 문제 아닐 거라는 점. 결국 그 사람의 멘탈적인 부분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 생겨났는지가 중요하고, 시대상에 따라 바뀌는 부분 따위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요즘은.
안노: 지금은 「Ζ」를 보던 중고등학생이 사회인이 되었으니까요.
토미노: 만드는 방식은 의식하지 않지만, 역시 작품이란 그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더라고요. 작품이라는 건, 만들고 있을 때는 자신의 의지나 취향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7, 8년 단위로 보면, 이렇든 저렇든 '그 당시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전면적인 부정이든, 부동의든 그 시대의 반응이니까, 작품 속에 시대가 전부 남아버리는 거예요. 아쉬운 일이야, 명작이 되지 못한 게. 명작이라는 건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니까.
안노: 지금 방영 중인 「V 건담」의 주인공 우소는 아주 순수한 아이로 그려지는데, 감독님의 소년관에 변화가 있었나요?
토미노: 다르게 보이는 게 아니에요. 무엇을 만들 때도 그렇지만, 시대에 끌려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요. 육아를 마친 어른이 된 지금이라면 이상적인 아이… 이렇게 되어 주길 바라는 아이상을 제대로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아이라는 부분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우소처럼 되어 주었으면 하는 부분은 작품 속에 잘 드러나 있어요.
문제는 그런 이상적인 아이가 지금 나올 만한 환경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런 아이는 절대 태어나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우소가 자립해 줄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그래서 「V」의 최종회는 판타지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우소가 죽어버리니까. 완전히 판타지로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7, 8년 후에 보면 “토미노는 V에서 역시 그 당시의 일을 그리고 있었구나”라고, 여러분이 말해 주지 않을까 싶어요. "버블이 터지고 모두가 우울해지기 시작한 어른들의 세계를 우소라는 아이와 대조시켜 그리려 했지만 결국 어느 쪽도 제대로 못했네"라는 말이 나올 것이 벌써부터 상상돼(웃음).
「Ζ」시절엔 일본 전역이 꿈꾸는 듯한 시대였기에 카미유를 그릴 수 있었어. “로봇물 결말을 그런 식으로 내면 안 돼.” “응, 알아. 그래서 한 거야. 한 편쯤 그런 작품이 있어도 괜찮잖아!” 라고 말할 수 있었어. 하지만 올해 이후로는 더 이상 말 못해. 계속 불황이 이어져 세상이 어두워졌으니까. 지금 카미유가 나왔다면 정말 난감하겠지(웃음). 그래서 우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라!”라는 이야기로 만들고 있어.
안노: 아, 「V」 는 참 좋아요!
토미노: 작품을 통해 진지하게 생각을 한다는 건 제 안에서는 「Ζ」로 모두 끝났어요. 그럼 왜 「역습의 샤아」를 만들었냐면, 「Ζ」 기획이 결정된 시점에서 “앞으로 샤아와 아무로 사이에 결판을 내기까지 2, 3편 시리즈를 해야 하겠지……” 라고 깨달았기 때문이야. 그래서 「Ζ」에서는 중간에 샤아를 뒤로 뺐지.
안노: 어려운 문제죠. 얼마 전 본방송 이후 오랜만에 「Ζ」를 전편 봤어요. 저도 감독을 해보니 알게 됐는데, 상당히 혼란스러워 보여요. 특히 후반에 하만까지 등장시켰을 때는, 앞으로 어떻게 정리를 할지.
토미노: 정리 안 됐죠(웃음).
안노: 당시엔 카미유라는 주인공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갔어요. 다시 보면서 희미하게 깨달았는데, “아, 주인공이긴 한데 이 사람은 방관자 역할도 하고 있구나”라고. 게다가 거기에 더해 그것을 또다시 관망하는 시로코라는 인물도 등장하고, 샤아는 크와트로 대위를 연기하고, 아무로는 7년간의 한심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모두가 혼란 속에 빠져 있죠(웃음). 그런 와중에 샤아는 카미유 안에서 예전의 자신을 보고 있죠. 자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묘사를 넣는데, “어리석은 행동은 반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그리려고 한 건가요?
토미노: 그 묘사에 관해서는 명확한 논리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래서 정리되지 않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겁니다. “사실 이런 의미가 숨겨져 있으니 너희들은 이렇게 생각하라”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거짓말(웃음).
카미유에 대해서는 초기 설정은 타당했지만, 내게 문제가 있었어. 마음속의 내성적인 문제를 반복해서 제시해 나가며 자폐증이 되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 카미유를 그릴 때, 샤아나 아무로 같은 '본래 그 극적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을 넣음으로써 그리려 했기에 심리적 프로세스를 따라가지 못했어. 극작자로서 자폐증에 빠져드는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알아듣기 어려운 또 다른 원인이야. 역시 나는 TV 제작자라서, 예능인 근성에 충실한 제작 방식이 내 성격에 맞고, 더 잘하는 것 같아. 카미유 비단은 나에게 부담스러운 캐릭터였던 건 확실합니다.
안노: 짊어진 게 너무 무겁죠. 또 하나, 포우 무라사메라는 캐릭터는 반대로 잘 된 것 같아요. 그녀는 어디서 탄생한 거예요?
토미노: 지금 카미유 이야기와 연동돼 있어. 카미유를 포우처럼 단순하게, '자폐증 소년'으로 그리고 싶었던 거겠지. 지금은 포우에 대해 감각적으로만 기억나지만, 정말 좋아해요. 하나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게 있어요. 포우 무라사메를 죽여 버렸기 때문에 카미유는 잘 안 됐던 거죠(웃음) 그녀에게 빨려 들어갔다는 걸 지금 떠올렸어요.
안노: 둘 다 결국 뿌리는 같죠.
토미노: 포우는 표현은 단순한 설정으로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카미유 클로델을 모델로 한 캐릭터 만들기를 포우와 카미유 부분에 전부 집약했거든요. 살이 붙어서 확고한 캐릭터가 되었어요. 그때, 코단샤에서 노벨라이즈를 하고 있었는데, 5권으로 완결했을 때 편집자에게 들은 말이 있어요. “포우 무라사메 부분은 압권이었습니다. 그걸로 충분해요.”라고. 그땐 단순히 기뻐했지만, 생각해보니 그 뒤엔 아무것도 없었구나 싶더라고요(웃음). 역시 'Ζ'는 이 정도였어. 대체 왜 5권이나 쓴 거지, 2권으로 충분했어 하고 낙담했던 기억이 나요. 그해 도쿠마 서점의 애니메이션 그랑프리에서 여자 캐릭터 부문 1등을 했으니까요. 출연이 적었는데도 말이야. 그건 정말 노린 게 아니었어. 그러니까 혼란스러운 부분도, 포우가 잘 풀리는 부분도, 전부 노린 게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포우 이후엔 카미유,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지.
안노: 애니메이션은 그 정도는 있어야 해요. 포우 이전까지는 카미유가 사소한 것에 집착했잖아요. 그 이후엔 샤아와 아무로의 역할까지 전부 떠맡아버렸으니까.
토미노: 아이고, 불쌍하네, 역시.
안노: 게다가 하만과 시로코까지 나왔으니까요, 4명 분을 짊어졌죠. 20화 이후, 카미유는 갑자기 바빠지니까요.
토미노: 하하하. 그런 건 예정에 없었잖아. 그건 불쌍했지. 그러니 최종회에서, 조금은 쉬고 싶었던 마음도, 이해가 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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