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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매거진 2005년 12월호 토미노 인터뷰

놋노놋 2025. 12. 12. 12:26

* 볼드 처리는 임의로 한 것

 

 

역산할 수 있는 재미가 생겨났다


―「연인들」이라는 매우 직설적인 제목으로 가려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토미노: 말씀하신 대로, 직설적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평범한 곳으로 가는 회로를 찾는다는 의식이 매우 강했습니다. 그리고 정리해 나가는 작업 속에서 “이렇게 많은 커플이 나왔었나?”라든가 “전쟁물이 아니구나”라는 점이 저 자신도 놀란 부분이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간단히 말해 그랜드 오페라 형식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연인들」이라는 부제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보면서 “이렇게 많은 연인들이 나왔었구나”라는 건, 당시에는 무의식적이었다는 말씀인가요?

토미노: 1년 가까운 시리즈를 유지하려면 에피소드를 쌓아갈 수밖에 없고, 전투 플롯물로는 싫증도 나기 마련이니까요. 그걸 의식하니 ‘이렇게나 교묘하게 인물을 그리고 있었나?’ 하고 정말 놀랐습니다. 1년을 버티기 위해 반은 어쩔 수 없이 한 거니까요. 그 '어쩔 수 없이'라는 부정적 사고 때문에 '이런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기억이 완전히 빠져있었던 겁니다. 동기가 싫었기 때문에, 정말 십여 년간 잊고 있었어요.

 


―기억에 크게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요.

토미노: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그쪽 기억은 남았겠지만, 동기가 방금 말한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어요. TV판 「Ζ」는 무엇보다 “싫은 것에 대해, 더 싫은 것을 얹어서 끝내는” 시리즈 구성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만 기억에 남아 있어요. 정말 제 안에서는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게 있어서, 디테일한 건 다 잊어버렸어요.

 


―일단 잊어버렸다는 점에서, 이번에 작업하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측면도?

토미노: 오히려 놀라움이 더 많아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건 없어요. 콘티로 해도, 1편을 정리할 때 2편, 3편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은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략적'이에요. 인간관계까지는 보지 않은 채 1편을 작업했습니다. 엔딩까지의 모든 인간관계나 드라마 전체가 보이면 끼워 맞추는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가능한 뒤를 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시작했습니다. 끼워 맞추기를 피하기 위해 다음 이야기를 의식하지 않는 작업을 스스로 열심히 해나갔기에, 솔직히 재미있었어요. 작품론으로 말하자면 이거밖에 없다는 지점에 뜻밖에도 도달했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퍼스트」 3부작과는 조금 다르네요.

 


―그렇군요.

토미노: 지난 여름방학에 BS2에서 「퍼스트」 스페셜을 방영해 주셔서, 저도 전부 다는 아니지만 봤는데… 그때는 「연인들」 영상이 전부 머릿속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Z」를 보기 전의 인상과 완전히 다른데' 하고, 엄청 놀랐습니다. 가장 납득이 갔던 점은, '건담이 영화 6편으로 하나의 작품이구나'라는 걸 정말 잘 알게 된 거예요. 「Z」를 보고 나서 「퍼스트」를 보니까,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Z에 나왔던 저 녀석들이 이렇게 젊고, 이렇게 생생하다니'라고요. 그게 「퍼스트」만 봤을 때는 몰랐던 점이었습니다.

 


―시리즈 전체로 말하자면, 후에 「역습의 샤아」나 소설 「섬광의 하사웨이」가 있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일부만 보고 있을 때와 조망해 봤을 때의 재미가 다르네요.

토미노: 캐릭터를 그 세대대로 만들어 놓는다는 점에서 축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이야기란 이렇게 여러 번 볼 수 있는 거구나'라고, 좀 놀라버렸어요. 그렇게까지 크게 보고 만든 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축을 어긋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산할 수 있는 재미가 생겨서, '작품 만들기는 이런 거구나. 이게 핵심이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각 캐릭터에 대해


―레코아가 이번 작품에서 선명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여성관은 어떤 부분에 있나요?

토미노: 이건 여성관이 아니에요. 남자에 대한 것과 다를 바 없어요. 레코아에 대해 말하자면 '이런 여자도 있잖아'라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만화나 애니메이션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왜 레코아 같은 걸 내놨어요?”라고 하더군요(웃음). 이번 스태프 중에도 오히려 레코아를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어서, “레코아가 가장 현실적이잖아요. 가장 자연스러운 여자고, 다른 건 다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잖아요”라는 의견도 있었고, 그 의견이 1부, 2부를 정리하는 데 결정적인 무기가 됐습니다. 선명해졌다는 건 말씀하신 대로고, 사실 캐릭터를 더 뚜렷하게 하기 위해 신작 부분에서 레코아의 묘사만은 손을 댔어요. 레코아를 강조해서,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빠져 사는 바보 같은 남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선 이건 꼭 해야 할 작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가장 재미있고 즐거운 사람일지도 몰라'라는 거죠. 3부에서 시로코 쪽으로 가버리는 여자니까, 작극론으로만 말하자면 그 동기 부여라는…… “키스해 줘”라고 했을 때, 크와트로가 선글라스를 쓴 채라서 “이 자식과는 더 이상 못 해먹겠다”라고. 시로코 쪽으로 가는 결정적인 동기 부여는 바로 그거예요.

 


―아하!

토미노: 언뜻 그런 사소한 장면으로? 싶지만, 그게 없었다면 3부에서의 레코아는 성립하지 않거든요.

 


―게다가 잠시 망설이는 모습이샤아가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토미노: 여자 쪽에서 봤을 때뿐만이 아니에요. 남자가 봐도, 그런 태도를 보이는 여자가 있다면 ‘이 녀석은 됐어’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려고 했어요. 그 장면에 관해서는 콘티가 완성됐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거든요(웃음) 그래서 저 스스로도 레코아에 대 잘 알게 됐고요. 그 후 장면을 바로 이어서, 메카에 탑승하는 파일럿인 여자가 샤아를 보며 쿡쿡 웃고 있어요. “나랑 키스할 때는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던 주제에, 파일럿 슈트를 입을 때는 선글라스를 벗는구나”라고. 그런 마음을 “이제 싫어!”가 아니라, 쿡쿡 웃는 모습만으로. 그리고 롱 씬에서도 그 웃음소리를 넣었거든요. 3부까지 보면, 시로코에 대한 설명은 안 했지만, 레코아와 시로코의 관계는 알 수 있을 거예요.

 


―화에 대해 말인데, 2편에서는 존재감이 좀 희미해 보였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감독님 입장에서 그리기 어려운 여자아이 같은 건가요?

토미노: 아니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화와 카미유의 관계를 그리기 시작하면, 다른 비슷한 작품들과 스타일이 비슷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 하나. 다른 하나는 더 큰 이유인데, 다른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지금, 미숙한 너희들 같은 거 신경 쓸 시간 없어”라는 거죠(웃음) 그건 사라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거예요. 카미유, 화에 대해서는 완전히 복선으로서만 작동시키고 있습니다.

 


―포우는?

토미노: 포우는 그냥 그대로예요. 그래서 지금 돌멩이가 마구 날아오고 있죠(웃음) 「Ζ」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포우를 좋아하는 거죠. 그래서 “그게 다야?” 하고 다들 화내고 있어요. 자신 안에 기억하고 있는 포우라는 존재가 엄청나게 비대해진 거겠죠. 연출가로서 레코아의 그 웃음소리만큼 포우에게 애정을 담아 만든 컷이 있거든요. 하지만 아무도 그걸 알아주지 않아요. 신작 부분에 제대로 “TV에서는 없었던 걸 넣어 놨잖아”라고 해도 “그런 게 아니야”라며 벌써 불평 불평(웃음). 부스터를 발사해 주기 위해서…라는 거죠. 저에게는 그 뒤에 포우와 카미유의 아름다운 장면이……. 1초 반밖에 안 되지만, 그게 만들어져서 이것도 레코아의 웃음소리와 마찬가지로 “야호!”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포우 팬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더군요.

 


―(웃음)

토미노: 하지만 정말 기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믿어주고, 게다가 끝까지 봐주는 거니까요. 끝까지 보고 나서 하는 말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는, 일단 영화로서 성립한 건가 하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로봇물”이라는 무대에 대한 카운터


―사라의 목소리가 이케와키 치즈루 씨. 소위 여배우라는 분야에서 평소 활동하시는 분에 대해서는?

토미노: 그 점에 대해서는, 저 자신 이 10년간 분명히 의식한 게 있습니다. 성우라도 배우 지망이 강한 의식을 가진 사람을 사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왔기 때문에, 제 안에서는 예외적인 일이 아닙니다. 사라의 목소리는 어떻게 할까 고 고민하던 중, 이케와키 씨의 연기를 보고 느낌이 달라서, 애니메이션화되지 않은 부분이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출연해 주실 수 있는지 여부는 상대방의 사정 문제였습니다.

 


―그렇군요.

토미노: 저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캐스팅이란 하나의 무기에 불과하니까, 그것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고만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그랬으니 이렇게 해도 괜찮지 않나'라는 식으로 회고 작업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언뜻 성우 입장에 서면 가혹해 보이지만, 연예계 논리로 말하자면 '20년 전 방식이 통한다면 이상하지 않겠어?'라는 감각이 있어요. '애니메이션이니까, 얼굴을 내밀지 않으니까, 있는 그대로면 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는 건 경솔하다고 봐요. 저는 애니메이션도 연예계의 한 장르 작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오락이 갖춰야 할 모습이고, 노인네들의 일 같은 걸 보여줘도 재미없잖아요?

 


―「로봇물」이라는 틀을 벗어난, 정면으로 맞서는 러브 스토리라

토미노: 저는 그건 못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의식적으로 로봇물 전문가가 된 터라, 로봇 같은 스펙터클한 아이템을 담아 그림을 만드는 건 능숙해졌지만, 인물만 카메라에 담는 기술은 상당히 서툴다고 느끼거든요. 두 사람만의 연애 영화라는 곳에는 내려갈 수 없을 거라는 게, 최근 몇 년간의 재확인입니다. 뒤에 로봇 다리를 놓고 인물이 연기하는 장면을 만드는 놈이, 로봇 없이 하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가요?

토미노: 하지만, 연애 영화를 찍고 싶다는 꿈은 있네요. 역시 이야기의 원점이기 때문이죠. 연애 영화를 찍는다는 건, 결국 여배우를 대상으로 하는 거겠죠, 감독은. 그러면 “여배우에게 흥미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건 저에게는 자신이 없습니다. 화면 구성으로 여배우를 배치할 수는 있어도, “클로즈업부터, 가슴부터, 배꼽 구멍도 보이게 찍었어? 그럼 다음”이 저예요. 연애 영화는 거기에 한 번 더 “그럼 그 배꼽 모양은 어떤 건가”라는 시선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연인들』을 보고, 만약 로봇이 나오지 않는 평범한 연애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한 부분은 있어요.

토미노: 레코아만 따로 떼어 보면, 그런 부분에서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역시 그건 아니에요. '로봇물이라는 무대'라는 엄청나게 하드한 요소가 있잖아요. 그에 대해선 분명히 카운터를 내지 않으면 인물이 보이지 않게 될 거라는 공포감이 있어서, 그게 나오는 거예요. 한쪽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지라는 건, 저로서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찍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자신 없네요(웃음).

 


―(웃음) 깊이 생각해보니, 그런…

 

토미노: 정말 좋아하게 될 만한 배우가 두 명 함께해 준다면… 드라마로서의 그 기회는 없지 않지만, 아야야는 생각나도, 다른 한 명, 남자 배우 쪽은 지금 있다고 생각되지 않아서…

 


―아야야냐고! (웃음)